인생 첫 료칸 여행 기록
- 프롤로그 (안 읽어도 됨)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겨울여행은 뭔가 삿포로에 가야 할 것 같아서 삿포로를 알아보았지만, 비행기 표가 너무 비쌌다.
1월 중순이면 오키나와에는 벚꽃축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배워둔 스쿠버다이빙도 뽐내볼 겸 오키나와로 가려고 했지만, 비행기 표가 너무 비쌌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제주도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는 비행기 표가 비교적 (아니 훨씬) 저렴했다. 그래서 후쿠오카를 가기로 했다.
다들 그곳은 온천여행지라고 했다. 모두가 유후인을 말했다.
하지만 나의 여행 메이트 (a.k.a 인생 메이트)의 회사 동료가 우레시노라는 지역을 추천했고, 한국인이 거의 없으며 일본 현지인들의 여행지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첫 일본 여행은 후쿠오카 - 우레시노가 되었다.
일본 온천은 역시 료칸을 가야 할 것 같아서 블로그와 유튜브 후기를 찾아보다가 결국 가장 후기가 없었던
<오시다야>료칸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 본 후기에 전문지식은 전혀 없음. 광고도 없음.
우레시노 온천마을
일본 규슈 지역에 있는 우레시노 온천마을은, 일본 온천 랭킹에서도 1위를 몇 번 할 만큼 인기 있는 온천마을이다.
규슈 지역의 다른 유명 온천마을 벳푸, 유후인 등에 비하면 더 깊은 산자락에 현대 시설 없이 전통적인... 시설의 온천으로 가득한 시골 지역인데 일본=편의점 투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는 놀라우리만큼 편의점도 적고 작은 규모의 마을이었다. 그 덕분에 단체관광객이 없었다. 여행 내내 한국어를 듣게 되는 순간 역시 드물었다.
일본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사가 있었는데, 메기 신을 모시고 있다.
우레시노 온천물은 약간 미끌미끌한 성분의 물이었는데, 그래서 피부가 매끈매끈(?) 한 메기신을 모시는 거 같다..
그리고 온천 외에는 마을 전체가 작고 일본풍의 느낌이라는 것 외에 관광지가 없었다.
다만 온천마을이라 그런지, 마을 곳곳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대중 족욕탕(?)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만약 우레시노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면 수건을 휴대하면 좋을 것 같다.
한적한 마을이라 물도 깨끗해 보였고, 족욕이 하고 싶었지만... 수건이 없어서 포기한 게 아직도 아쉽다.




시끌벅적 관광지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일본 시골 풍경이 퍽 마음에 들었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데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후쿠오카 하카타 공항에서 나가사키행 버스를 타고 약 두 시간을 달려오면 있는 우레시노 온천마을은 마을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잘 어울리는 그런 동네였다.
우레시노 온천료칸 <료칸 요시다야>
유후인, 벳푸 같은 다른 규슈의 유명지역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나, 평균 숙박료는 조금 높은 이곳.
이곳저곳 검색을 하다 보면 가성비 좋은 료칸도 있긴 했으나, 전통적인 분위기와 객실 내 온천, 그리고 가이세키 구성 사진을 보고, 나는 <료칸 요시다야>를 선택했다. (이곳의 가이세키는 미슐랭 투스타 어쩌고라고 했다)

료칸의 외부 전경을 찍고 싶었으나, 공사 중이었다. 료칸에서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 겸 카페가 옆에 연결되어 있는데, 지역 특산품, 과자, 귀여운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숙소에서 여행 선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카타 국제공항에서 나가사키행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하면 우레시노 온천마을버스터미널 역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료칸 요시다야>가 위치해있다. 멀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아도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서 체크인을 하고 싶다고 말한 뒤 빈자리에 앉아있었다.
곧 직원분이 웰컴드링크와 웰컴 스낵과 함께 체크인을 안내해 주러 왔다.
웰컴 드링크는 따듯한 우레시노 녹차 또는 시원한 칵테일(?)이 있었다. 우리는 한 가지씩 시켜 두 가지다 맛보았는데, 녹차가 훨씬 맛있었다.

객실 내에는 유카타와 일상복이 준비되어 있는데, 돈을 추가하면 디자인이 들어간 예쁜 유카타와 머리장식 등을 대여할 수 있다. 대여한 의상은 1박 동안 사용 가능한 것 같았다. (나는 2박을 투숙하고 체크인 후 유카타를 빌렸는데 다음날 방 청소를 해주면서 수거해갔다.) 그리고 유카타를 대여하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준다.
유카타 종류도 다양하고 귀여웠다. 하지만 굳이 빌릴 필요는 없으니, 기념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패스해도 될 것 같다.


(위) 기본 제공 유카타 (아래) 대여한 유카타 + 리본
비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좀 더 컬러풀한 정도... 우리는 함께하는 첫 일본 여행이라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서 대여를 했고 (사실 나만 대여했다) 엄청 만족했지만 굳이 싶다.. (무슨 말인지...)
우리는 개인 욕탕이 포함된 일반 객실을 묵었고 설 연휴 기간, 아고다를 통해 1박 약 58만 원 정도에 예약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비싼 숙소였던 거 같다.


각 숙소의 이름은 꽃나무 이름이었다. 우리가 묵은 객실의 이름은 <모쿠렌> 목련이다.
내부는 일본 전통과 양식이 조화로운 인테리어였는데, 트윈룸인걸 모르고... 이 객실을 선택했었다.
사실 개인 온천 사진만 보고 선택했던 방이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넓은 객실과 예쁜 인테리어,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는 노천온천이었다.
하루의 마지막은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며 창을 활짝 연 개인 온천에서 마무리했다.
온천수가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미리 받아놓고, 짐 정리 등을 하다가 들어가주면 아주 딱 좋았다.
온천수가 피부에 정말 좋은 성분인지, 들어갔다 나오면 온몸이 매끈매끈해졌다.
흑흑.. 모든 사진에 내가 찍혀있어서 자랑할 수 없음이 너무 아쉽다.

<료칸 요시다야> 에는 세가지 타입의 온천이 있다.
- 객실 내에 있는 개인 온천
- 미리 예약을 통해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온천 (전세탕)
-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단 청소시간 제외) 퍼블릭 온천 (대중탕)
전세탕은 세 가지 타입이 있었는데, 답답한 걸 참지 못하는 나는 (찜질방/싸우나도 잘 못함) 노천탕이 아니면 오래 이용이 힘들어서, 유일한 노천탕 옵션을 선택했다. 샤워시설 및 세면대, 드라이기 스킨/로션 등등 너무 잘 구비되어 있어서 정말 몸만 가면 되는 곳. 아주 만족스러웠다. 수건이 정말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아주 좋을 것 같았다.
대중탕은 여탕/남탕이 있는데 크기와 인테리어가 다르고 시간마다 남/여가 바뀐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 있는 천막에 뭐라고 써져있는지 잘 아주아주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나는 마지막 날 조식을 먹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탕을 즐겼다.
작은 규모의 탕이 여탕인 시간이었고 운이 아주 좋게도, 아무도 없었다. 창밖의 차가운 겨울 풍경과 공기 그리고 뜨거운 온천물의 조합을..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가이시키야! 아니고 가이세키! ....
사실 요시다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이세키였다. (나는 료칸도 처음이지만 가이세키도 난생처음 먹어봤다)
가이세키가 나오는 료칸은 아침과 저녁 식사를 코스식으로 제공하는데, 이것이 아주 상당히 고급스럽다.
비싼 숙박료의 70프로는 이 가이세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매일매일 재료와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장박을 이용해도 식사가 지겹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이닝룸 복도 _ 전부 개인 룸에서 먹기 때문에 상당히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 _ 사진출처는 공홈

다이닝룸 내부 _ 사진출처는 공홈
식사는 객실이 아닌 다이닝룸에서 제공되었다. 체크인 시 예약한 식사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가면, 직원이 친절하게 다이닝룸으로 안내해 준다. 테이블에는 오늘의 코스 안내와 차가 준비되어 있는데, 메뉴판이 일본어... 그것도 굉장히 붓글씨로 적혀있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대충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해서 코난처럼 추리하는 수밖에.....


조식은 주로 정갈하게 반찬과 밥/국이 나오고 후식이 나온다.

석식은 코스요리로 나오는데, 코스로 나오다 보니... 사진이 없다.. (먹기 바빴음..)
야끼니꾸 사진만 남아있다...
제철 음식 위주의 코스요리는 재료도 상당히 신선하고 맛도 훌륭했다. 다만 간혹 함정처럼 너무 짜거나 입에 맞지 않는 반찬 같은 것들이 있었다...ㅎㅎ 하지만 비주얼이며 맛이며 대체로 만족한 식사였다.
다이닝룸을 벗어나 로비 쪽으로 가면, 료칸에서 운영하는 족욕탕이 있다.
이곳에서는 음료와 음식도 주문이 가능하다. 투숙객이 아닌 손님들도 종종 이곳을 이용한 것 같았다.
우리는 체크아웃 후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족욕을 했는데, 수건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고
뭔가 료칸에서 관리를 해서 마을에 설치된 퍼블릭 족욕탕보다 깨끗하게 느껴졌다..ㅎㅎ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완벽했던 <료칸 우레시노>.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은 마을이라,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숙소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음.. 다만 직원분들이 번역기를 들고 다니며 안내를 해주신다)
하지만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했다. 뜨끈한 온천만큼이나 따수운 온정이 가득한 우레시노 온천마을.
작은 동네지만, 줄서는 맛집도 있었고, 데이트 하기 좋은 카페도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후기를 남기고싶다)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으로도 훌륭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을것 같다.
우레시노를 벗어나 후쿠오카 도심에서도 2박의 일정을 보냈는데, 우레시노에서의 힐링이 너무나 기억에 남아
후쿠오카에서 내내 우레시노에 대한 여운을 곱씹기도 했다.
만약 일본 온천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정말 강추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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